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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OH! 5! 디아스포라] 가깝고도 먼, 멀고도 가까운, ‘탈북민’이라 불리우는 그들.

전주기전대학교 군사학과 주승현 교수님을 만나다

 

 

제5회 디아스포라영화제에서 준비한 <오! OH! 5! 디아스포라> 네 번째 인터뷰에서는 탈북민 주승현 교수님을 만나고 왔습니다. 우리 사회에 가장 가까이에 있는 사람들이지만, 여전히 낯설게 느끼고 있는, ‘탈북민’에 대해서 이야기를 들어보았는데요. 북한에서 남한으로 오시기까지 그리고 한국에서 살아가고 있는 지금과 우리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습니다. 주승현 교수님께서 들려주는 ‘디아스포라’가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인터뷰이: DIAFF2017 홍보팀

인터뷰어: 주승현 교수님(전주기전대학교 군사학과 교수)

 


북한이탈주민(北韓離脫住民, 영어: North Korean defectors) 또는 탈북자(脫北者), 탈북민(脫北民) 혹은 새터민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서 이탈하여 대한민국으로 망명한 주민을 가리킨다. 북한이탈주민은 대한민국 법률상 용어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 주소ㆍ직계가족ㆍ배우자ㆍ직장 등을 두고 있는 사람으로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벗어난 후 대한민국 이외의 국적을 취득하지 않은 사람을 뜻한다.


 

 

 

DIAFF: 안녕하세요, 교수님. 디아스포라영화제 홍보팀입니다.

주승현: 만나서 반갑습니다.

DIAFF: 먼저 교수님의 소개 부탁드려요.

주승현: 저는 탈북민 출신이고요. 이름은 주승현이라고 합니다. 10년 전에 한국에 왔고, 올 때는 20대 초반이었는데, 지금은 한국에서 거주한지 10년이 넘었네요. 어려서 한국에 들어와서 바로 공부를 시작하고, 학위를 받아 현재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DIAFF: 교수님의 이름 앞에는 언제나 ‘탈북’이라는 이름이 함께 따라 붙잖어요. 탈북의 과정을 여쭈어 보아도 될까요? 탈북을 결심하게 된 계기가 있었을 것 같아요.

주승현: 음. 먼저 질문에 앞서서 ‘탈북민’이라는 호칭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고 싶어요. 제 앞에는 언제나 ‘탈북민’이라는 호칭이 계속 따라 붇는데, 사실은 굉장히 불편한 호칭입니다. 언젠가는 이 호칭이 사라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는데, 아마 쉬이 사라지지 않을 것 같네요. 내 맘대로 되지 않는 것도 존재하는구나 싶기도 하고, 저희들에게는 숙명과도 같은 호칭이라 생각합니다.

DIAFF: 사실 연락을 드리고, 질문지를 만들면서 단어들을 참 많이 고르면서 인터뷰 준비를 했었습니다. 당사자가 느끼기에는 불편할 수 있고, 불쾌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단어들 일까봐서요.

주승현: 아주 일반적이었어요. 괜찮습니다. 질문에 이어서 답을 드리면 저는 한국에 오기 전에는 군인으로 있었습니다. 비무장지대에서 수년간 군복무를 했고요. 좀 특이하다면 보통의 탈북민들은 제3국을 통해서 남한으로 들어오는 경우가 많은데, 저는 근무했던 비무장지대를 통해서 굉장히 빠른 시간 안에 남한으로 들어올 수 있었습니다. 내려오게 된 계기라고 하면 자세하게 말씀드리기는 어렵지만 아버지께서 갑작스레 돌아가셨습니다. 그 소식을 듣고 혼란스러움도 느꼈고, 영향을 많이 받았습니다. 아버지께서 돌아가신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남한으로 내려오게 되었습니다.

DIAFF: 보통의 군생활은 얼마나 되나요?

주승현: 제가 있었을 때는 사병생활이 13년이었는데, 지금은 좀 바뀌어서 11년입니다. 한국에 와서 보니 굉장히 오랜 시간 근무한 것이 되더라고요. 한국은 군생활이 22개월? 정도니 제가 굉장히 오랜 시간 한 것처럼 되더라고요. 사실 북한에서는 절반도 안 한 군복무였죠.

DIAFF: 교수님에 대해서 찾아보며 교수님께서 기고하신 글을 읽어보았는데요. 비무장지대를 통해 굉장히 빠른 시간 안에 남한으로 내려오셨더라고요.

주승현: 네, 빠른 시간에 남한으로 올 수 있었습니다. 25분 만에 왔으니까, 굉장히 빨리 온 케이스죠. 아마 가장 빠른 시간이지 않을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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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FF: 대한민국에 대해 처음 느끼셨던 이미지는 어떠셨는지 궁금합니다.

주승현: 대한민국의 이미지는 워낙 북한하고 틀려서 생소하긴 했지만, 6년간 비무장지대에 있으면서 남한 출신들을 육안으로 보며 근무 했었습니다. 그래서 어느 정도의 친숙함이 있으면서, 동시에 직접 봐서 생소한 면도 있는데 그렇게 이미지가 크게 틀리지는 않았었습니다. 생소하긴 했지만, 어느 정도 예상한 이미지였습니다.

DIAFF: 남북한이 심리전에 서로 사용하는 확성기에는 주로 어떤 소리들이 나오나요? 이 확성기 소리로 인해 상상했던 한국의 이미지들이 있을까요? 그리고 막상 한국에 오셨을 때 어떤 차이를 느끼셨는지 궁금합니다.

주승현: 제가 군 복무하던 시절에는 소리 말고, 눈으로 볼 수 있는 것도 있었어요. 지금도 가끔씩 뉴스에 나오는 전단지(삐라) 같은 것도 있었고, 바로 철거가 되었지만 전광판도 있어서 눈과 귀로 모두 확인 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도 그러겠지만 대부분 체제 우월 선전이 중심이 됩니다. 두 번째는 (남한에서는)북한 체제에 대한 비난도 있고, 세 번째로 대상자들을 향한 (남한에 대한)정보 전달 등이 들어가곤 합니다. 그러한 심리전을 통해서 느꼈던 한국의 이미지들은 북한과 남한의 체제 차이가 궁금했었습니다. 북한은 사회주의 국가이고, 한국은 자본주의 국가잖아요. 심리전을 보고 들으면서 북한에서 경험해보지 못하는 것들을 들으면서 한국에 대한 설명이 궁금했습니다. 북한에서는 자본주의에 대해 안 좋은 설명(선전)을 많이 했기에 차이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기대와 자본주의의 극단적인 것들을 동시에 보여주면서 묘한 경계들이 있었습니다. 북한에서는 자본주의에 대해서 타락과 퇴폐적인 이미지들이 많았죠.

DIAFF: 그렇게 느끼셨던 것들이 이제는 많이 바뀌셨겠네요?

주승현: 그럼요. 심리전에서 보고 들은 것을 직접 경험하고 나니, 많이 바뀌었습니다.

DIAFF: 탈북민들은 보통 합동신문센터를 거치고 하나원으로 이동하나요?

주승현: 모든 탈북자들이 필수로 합동신문센터를 거치고, 대부분 하나원으로 옵니다. 하지만 국가차원에서 보호해주는 사람들의 경우 합동신문센터는 오지만, 하나원으로는 오지 않습니다. 작년의 13명 종업원들이 있었잖아요? 이런 사람들은 하나원으로 가지 않고, 태영호 공사 같은 국가에서 필요로 한 사람들은 하나원에 오지 않아요.

DIAFF: 탈북 후 합동신문센터나 하나원에서 만난 탈북민들은 어땠나요? 군 출신의 귀순자다보니 차이가 있었을 것 같아요.

주승현: 처음 도착해서는 개인적으로 좀 신기했습니다. 제가 비무장 지대에서 복무를 할 때 이미 탈북에 대해 이야기를 익히 들어왔지만, 막상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보니 신기한 마음이 있었습니다. 제가 남한으로 오던 10년 전에는 경제적인 어려움 때문에 남한으로 오신 분들이 많았어요. 이런 분들은 북한에서의 생활 경험이 아픔인 분들이 많습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비무장지대 출신의 군인이다 보니까 다른 분들과 특성이 틀린 부분이 있었습니다. 같은 탈북자라 공통점이 있는 반면, 그 사이에 괴리감이 있기도 했어요. 중국이나 제3국으로 통해서 한국으로 오시는 많은 분들은 국경을 넘어 오면서 많은 트라우마를 겪기도 합니다. 국경에 있는 군인들이 역할을 제대로 했다면, 아마 탈북자 분들을 많이 괴롭혔을 겁니다. 그렇게 트라우마를 겪으신 분들의 경우, 저를 국경에서 만났던 어떤 군인들과 동일시하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도 상처를 좀 받기도 했고, 그런 괴리감들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또 다른 차이가 있다면, 중국이나 제3국으로 통해서 남한으로 오시는 분들은 사회생활을 하고 오시는 분들이 대부분입니다. 그런 분들은 한국에 대한 이해와 적응력이 충분한 경우가 많아서, 남한 사회에 대해서 자신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사실은 학교 때도 군사학교를 다녔었고, 졸업하고 나서도 비무장지대에서 근무를 했기 때문에 일반적인 사회 경험을 전혀 해본 적이 없어서 굉장히 위축되어 있었습니다. 그래서 하나원에서 나올 때 조금 걱정을 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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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FF: 사회 경험이 없으시다고 말씀 주셨는데, 아무래도 한국에서의 적응이 녹록치 않았을 것 같아요. 처음 접한 남한 생활은 어떠셨나요?

주승현: 처음에는 약간 황당했었습니다.

DIAFF: 어떤 점에서요?

주승현: 저야 뭐, 사병 출신이니까 휴전선 넘은걸 차치하고서라도 그렇게 큰 대우나 기대를 바라지는 않았었거든요. 그런데 정말 예상하지 못했던 게 하나 있는데요. 그게 뭐냐면 그래도 목숨 걸고 남한으로 온 사람들이니까, 남한 사회에서 먹고 살 수 있도록 직업이라도 줄 수 있는 줄 알았어요. 보상이나 큰 돈 이런 건 바라지도 않고, 살아야 하는 사람들에게 직업 등을 주는 게 가능할 거라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한국에 와보니까 현실은 직업을 갖기가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그런 것들이 너무 당황스러웠어요. 그래도 ‘나는 젊으니까.’ 라는 생각으로 아르바이트라도 하려고 주유소를 갔는데, 여기서 두 번째 충격을 받았어요. 주유소에서 제가 말투가 다르니까 ‘어디 출신인지’ 물어보더라고요. 그냥 북한 출신이라고 말을 하니까 단박에 거절당하기도 했어요. ... 처음 시작이 별로 좋지 않았죠. 많이 힘들었던 시기이기도 합니다.

DIAFF: 주변에서 도움을 주시는 분은 전혀 없었나요?

주승현: 초기에는 거의 도움을 주시는 분들이 없었죠. 사실은 탈북민들이 사람마다 다 다르지만, 정말 좋은 사람 만나서 도움 받는 경우도 있고, 나쁜 사람 만나서 이용당하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저처럼 아무도 못 만나서 전전긍긍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사람을 만나는 것에 대해서 1차적으로는 아무래도 운이 좋아야겠지요. 그리고 2차적으로는 한국사회가 살만하면 다 포용해줄 텐데 싶었죠. 그래서 일자리에 대해서는 살아가면서 이해를 했지만, 출신 성분 때문에 일할 기회조차 주지 않는다는 것은 지금도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입니다. 그저 단순하게 다른 거에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출신 성분으로 일할 기회를 주지도 않고, 말투나 억양 등이 다르다고 해서 ‘차별’로 이어진다는 것이 문제라고 생각됩니다.

DIAFF: 남한에서의 생활이 많이 위축 되셨을 것 같아요.

주승현: 자연스럽게 말을 많이 하지 않게 되더라고요. 북한에서 지낼 때는 사실 사고도 많이 치고, 놀기도 좋아하는 활발한 사람이었거든요. 그런데 한국에 와서 지내면서 사회적 분위기와 환경이 저를 내성적으로 만드는 것 같더라고요. 그런 것도 참 잘못된 것 같아요. 지금은 원래대로 돌아가고 싶은데, 나이를 먹다보니 가볍다고 생각하실까봐 그러지도 못하네요. (웃음)

DIAFF: 계속해서 말씀주신 것인데, 아무래도 탈북민들이 한국에서 적응하여 생활하기가 쉽지 않은 것 같아요. 아무래도 한국전쟁 이후의 단절된 시간의 문제라고 생각이 들어요. 가장 가깝게 생각할 수 있는 취직에서부터 돈을 버는 것이나 범죄에 취약하다는 점 등 모든 점에서요. 주변의 탈북민들의 한국 살아가기에 대해서 조금 더 자세하게 들어보고 싶습니다.

주승현: 한 두 마디로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지만, 소위 말하는 성공하시는 분들도 많이 계세요. 하지만 성공하시는 만큼 아픈 부분이 있기도 하고요. 또 그 성공이 진짜 성공일까요? 사실 그 성공이 사회에서 만드는 성공들도 있을 것 같아요. 저에게도 성공했다고 이런 이야길 하는 분들도 계시는데요. 저는 그게 무슨 소리인가 싶어요. 저는 아직까지 탈북자로서 겪는 상처들이 있고, 여전히 많은 문제들이 있거든요. 아무래도 그저 저의 간판인 ‘교수’라는 직업도 그렇고, 이런 것들을 통해서 저를 소위 말하는 ‘성공했다’라고 보는 것 같아요.

사실은 제 바람이 하나 있다면, 이러한 것들이 그저 지나가는 과정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종종해요. 과정으로 끝이 나면 좋은데, 그렇지 못할 것 같아서 속상함도 있습니다.

그리고 범죄에 취약하다는 것도 탈북민이라서 한국 사회를 모르거나 소수자여서 당하는 경우도 있지만, 한국 사회에 제대로 편입되지 못하고, 살아갈 공간이 없다보면 그 반대로 범죄자가 될 수도 있습니다. 한두 가지로 이야기할 수 없어요. 탈북자 자체가 소수인 것은 맞습니다만. 이 소수의 집단 안에는 각각의 사람들이 있고, 그만큼의 다양한 특성과 복합성을 가진 존재한다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DIAFF: 계속 말씀 주시는 부분인데, 실제 탈북민들에게 가장 크게 와 닿는 문제는 편견과 차별의 문제일 것 같아요.

주승현: 그렇죠. 계속 말씀드린 것처럼 경제적인 문제나 빈곤의 문제는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고, 극복이 가능한 문제입니다. 물론 극복을 하지 못해도 살아갈 수 있는 문제이기는 합니다. 하지만 정작 가장 문제이면서 이해도 되지 않는 것은 이 편견과 차별의 문제들입니다. 이게 사실은 일상적으로 제도화가 되었다면 이것은 굉장히 깨기 어려운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저는 이러한 문제들을 분단과 연관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남한이 원래부터 이런 것도 아니고, 서로 한 민족이었는데 원래부터 이런 것도 아닐 것이고, 아마 분단에 의해서 만들어진 견고한 편견과 차별이 생긴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물론 아닐 수도 있습니다만, 제가 느끼는 부분에 있어서는 아무래도 분단의 문제가 참 크다고 생각 돼요. 그래서 스스로 반성과 되돌아보는 작업이 필요하고, 디아스포라영화제에서도 영화화되는 많은 탈북민들에 대한 이야기들을 지켜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럼 우린 남일까요?”

 

DIAFF: 지금까지는 살아오신 과정과 차별 등에 대해서 여쭈어 보았는데요. 한국에서 대학 진학을 하기 위해서 굉장히 노력을 많이 하신 걸로 하고 있어요. 공부하는데 어려움은 없으셨나요? 그리고 정치외교학과를 택하셨는데, 전공 선택의 계기가 궁금합니다.

주승현: 남북한의 교육제도가 완벽하게 다르죠. 사실 교육제도가 다르다는 것은 핑계일 수도 있어요. (웃음) 솔직히 저는 북한에서는 공부를 좀 안하기도 했고, 남한에는 없는 국방체육쪽이었고, 공부랑 인연이 없다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리고 북한에서는 꿈이 직업군인이었어요.

그러다 한국에 와서 공부를 택한 것은 이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기도 했고, 탈북자라는 환경을 뛰어넘는 방법의 일환으로 선택하였습니다. 사실 일을 하면서 차별도 많이 받았고, 아무리 생각해도 죽을 때까지 차별을 받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공부를 하게 되죠. 공부를 통해서 이 환경을 뛰어넘고 싶었습니다. 차별이 공부를 시작하게 된 가장 큰 계기가 된 것이죠.

그래서 공부를 했는데, 공부하면서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공부를 해본 적이 없어서 방법을 모르기도 했고요. 뭐 공부를 안했던 제 탓이죠.(웃음) 그래도 한국 정부가 정책 중에 좋은 것이 탈북민들이 대학(학부)을(를) 다니는 동안 등록금을 지원해주는 것이 있습니다. 장학금 형태로요. 국립대는 100%, 사립대는 절반.

사실 저는 혜택을 많이 받지 못했어요. 워낙 공부를 따라가기 힘들기도 하고, 그 지원도 일정한 학점을 받아야지만 이 장학금도 받을 수 있는 건데, 학점이 높지도 않거든요? 그런데 제가 그 혜택을 받기 어려운 상황이어서 스스로 학비를 벌었습니다. 나중에 세어보니 그 시절에 10가지 넘는 아르바이트를 했더라고요. 지금 생각해보면 다양한 아르바이트가 좋은 경험이기도 했지만, 한 편으론 친구들의 도서관 가는 것이 부러웠어요. 경험이라는 포장을 떠나서 학교 생활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이 있었어요.

그리고 초반에는 공부가 어려웠는데, 사회과학 중에서도 정치외교학과를 택해 공부하면서 이 학과가 적성에 맞더라고요. 제가 정치라는 학문이 흥미롭기도 했고, 정치외교학과에서의 공부를 통해서 남북한의 문제를 보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공부가 점점 더 재밌더라고요.

DIAFF: 교수님께서 경향일보에 기고하신 글을 읽다가 아래 글에서 약간 덜컹하는 마음이 들었어요. 오준 전 한국 유엔대표부 대사가 유엔 안정보장이사회 회의에서 “북한 주민, 남이 아니다.”라고 한 연설을 두고 앞을 다투며 세계를 울린 연설이라고 극찬을 한 적이 있었다. 그 때 이를 본 탈북민 후배의 중얼거림이 지금도 기억에 남아있다. “그럼 우린 남일까요?” 이 구절이요. 참 아이러니한 말인 것 같았어요. 이 연설에 탈북민들의 사회 속에선 어떤 이야기가 가장 많았나요?

주승현: 이건 탈북민들이 일반적으로 생각한 것은 아니에요. 저랑 친한 후배가 있는데, 한국에서 성실하게 적응을 잘하며 열심히 지내던 친구가 있었어요. 10년 동안 함께 지내면서 형제처럼 지냈는데, 어느 순간 이 나라를 뜬다는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그 후배랑 술 한 잔 하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TV에서 이 뉴스가 나왔었어요. 그때 후배가 지나가듯이 이야길 한 걸 제가 캐치했던 거였어요.

음 .. 저도 탈북민이지만, 탈북민 입장에 서서 이야기를 하기가 어려울 때가 있어요. 제가 사회적으로는 다른 부분들이 있어서요. 그때 이 친구가 떠나겠다는 이야기를 할 때도 심각하게 생각하지 못했어요. 하지만 한국의 언론은 그 연설문을 굉장히 띄워주는 분위기였고요. 그걸 이 친구가 이야기하는 순간 충격을 받았습니다.

이게 뭐냐면 이 친구는 결국 사회에 적응을 하지 못한 거였어요. 이렇게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아요. 자기와 함께 사는 사람도 끌어안지 못하는데, 국제무대에서 저런 이야기를 하는 게 말이 되나 싶었어요. 결국 그 후배는 한국을 떠났습니다.

DIAFF: 아, 결국 이곳에서 떠나셨군요.

주승현: 네, 북한에서 남한으로 그리고 다시 또 다른 곳으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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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FF: 교수님께서 통일 관련 논문 작업을 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논문을 쓰기 위해 연구를 하다 보면, 분명 버거운 순간들이 있었을 것 같아요. 단순히 공부로서도 버거울 수 있지만, 사실은 분단 체제를 직접적으로 경험하신 거잖아요. 논문을 쓰는 작업은 어떠셨나요?

주승현: 아실런지는 모르겠지만 분단에 대해서 연구 된 게 많아요. 워낙 분단 상황과 환경 속에서 오래 산 사람들이 있어서 연구한 것들이 많습니다. 개인적으로 통일 부분에 연구를 하다 보니 버거운 순간들이 많아요. 결국 통일은 상대가 있는 것이거든요. 우리의 상대는 북한 주민들일 수밖에 없고, 통일은 그 상대와 함께 통일을 이루고, 살아가야 할 미래잖아요. 그걸 생각하면 아찔할 때가 많아요. 왜냐면 일단 너무 오랜 분단으로 인해서 서로 너무 달라진 점이 그렇고, 다른 하나는 우리가 한민족이라고 이타심을 발휘할 정도의 여유와 배려가 없어졌잖아요. 그런데 남북한 주민들이 이악한 부분들이 있어요. 북한 주민들은 자존심과 자존감이고, 남한 주민들은 생존 능력과 본능이고요. 이러한 것들이 공동체에서 살아갈 환경에서는 배려와 이해가 없다면 충돌할 수밖에 없어요. 그런데 우리 사회가 보여준 것은 이미 배려와 이해는 없어진지 오래되었고, 분단이라는 것이 주는 무거운 상처들이 통일되면 다 드러나게 될 것입니다. 그래서 논문을 쓰다보면 아찔하고, 우리 민족이 말 그대로 선하고 양 같은 민족이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요. 그렇지 않다보니 통일 이후의 문제들이 발생 할 것을 생각하니 걱정이 됩니다. 지금 분단 체제도 지독하지만, 살아가야 할 통일 국가도 만만치 않다고 생각됩니다. 그래서 통일 미래에 대해서 과연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 궁금해요. 더욱이 논문을 쓰다보면 경험자다보니까 가능한 상상력으로 치면 힘들 때가 많아요.

DIAFF: 아까 후배분 이야기를 해주셨는데, 탈남하는 탈북민들이 상당하다고 이야기를 들었어요. 대한민국 사회에는 어떤 문제점이 있는 것일까요? 교수님의 시각이 궁금합니다.

주승현: 탈남도 여러 가지로 봐야하죠. 북한에서 나온 사람들을 우리가 탈북민이라고 하는데, 한국에 왔다가 가는 사람을 탈남으로 보고, 중국이나 다른 3국에서 세계의 각지로 가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 모두를 디아스포라의 개념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여기 와서 탈남한 사람들도 사실은 한두 가지로 설명할 수 없는 여러 가지 복합적인 이유들이 있어요. 예를 들면 대두되고 있는 것은 한국 사회에서 나오는 차별, 경쟁사회에 대한 부적응이라는 문제도 있고 그에 반해 정말로 그냥 외국 가서 살고 싶은 사람들도 있고요. 복지와 아이들의 교육 등의 문제로요. 결혼이나 이민으로 선택하는 사람들도 있고요. 다양한 형태의 탈남이 있습니다.

어떤 탈남이어도 모두 이유가 있고, 긍정해줄 수 있습니다만 모두들 핸디캡을 가져가요. 탈북민이 다른 나라에 가려면 하나는 이민으로 가던지 다른 하나는 난민으로 가는 것 이 두 가지 방법뿐입니다. 그런데 이민으로 가기는 힘이 들어요. 탈북민들은 돈도 없고, 기술도 없는 사람이 많기도 하고, 그리고 이민은 쉬이 받아주지도 않고요. 그래서 많은 탈북민들이 난민으로 가게 되는데, 난민의 특성상 한국에서 왔다는 것을 감추게 되고요. 난민이라는 것이 아시다시피 정치적인 핍박 등 다양한 연유를 통해서 지위를 인정받게 되는 것인데, 대한민국 사회는 난민을 인정해주는 국가이기도 하고, 세계적으로는 안정적인 국가에 있어서 대한민국에서 넘어가는 것을 숨기게 되는 것입니다. 그게 결국 핸디캡이 되는 것이고, 그렇게 떠나는 사람들이 많으니 국가 차원에서 영국과 캐나다 등 여러 나라들과 국민들의 지문을 공유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남한을 들렀다 오게 되면, 남한에서 찍은 지문이 나오게 될 것이고 추방당하게 됩니다. 만약 그 사람이 진짜 북한에서 왔다면 지문이 공유 될 리가 없는 것이죠. 그런데 또 이걸 악용하는 조선족들도 꽤 많아졌어요. 조선족들은 중국보고 지문 달라고 하지 않으니, 그들이 다른 나라에 가서 북한에서 왔다고 이야기 하고 혜택을 많이 받기도 하죠. 그러니까 이러한 문제들이 우리가 알고 있는 디아스포라의 개념을 조금 더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 한반도의 실정에서 디아스포라의 문제가 하나의 챕터로 나오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DIAFF: 아, 그렇군요. 영국, 캐나다 등과 지문을 공유하는 방법이 있군요. 이런 내용은 전혀 몰랐어요.

주승현: 전문가들도 많이 모르세요.

 

 

사실 이 사회에 ‘타자’는 참 많아요.

 

 

DIAFF: 우리 사회에서 타자에 대해서 굉장히 냉정하고 편협하다는 생각이 들때가 많아요. 우리가 타자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게 좋은지 그리고 차별하지 않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을 하는 것이 좋을까요?

주승현: 먼저 우리 사회에서 ‘타자’라고 하면 보통 소수자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요. 사실 이 사회에 ‘타자’는 참 많아요. 범위가 매우 넓죠. 동남아, 탈북자 등등 굉장히 다양합니다. 사실 원래는 그러지 않았을 텐데, 타자에 대한 시선이나 차별이 점점 심해지고 있는 것 같아요. 워낙 작은 땅에서 경쟁이 참 심하다보니 외부인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그리고 탈북자를 타자와 차별적인 존재로 보는 것에서 놀란 적이 있어요. 북한에 있는 주민들이 남한에 대해서 상상하지 못하는 것이 딱 하나 있어요. 같은 국민들이 서로를 차별한다는 것에서 가장 놀랐었죠. 사실 이해도 잘 안 되는 부분이기도 하고, 가장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이 영원히 분단국가로 살면 이것들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보지만, 그런데 분단국가에서 우리가 살면 안 되잖아요? 분단국가에서 벗어나 미래에 통일 국가를 지향하고, 기대한다면 지금의 태도는 너무 근시안적인 사고를 갖고 사는 것이죠. 우리가 미래를 보장 받고, 번영하기 위해서라도 우리가 서로를 끌어안고, 더불어 살면서 출구를 찾고 더 넓은 세상으로 갈 전략을 찾아야 합니다. 이 틀에 박힌 사고를 깨지 않으면, 아마 점점 더 힘들 거예요. 이 사고의 틀을 깰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 한국 사회의 문제들이 상당히 많은데, 양극화의 문제, 이기심 등 다양한 문제들이 있는데, 결국 이 문제들을 하나의 시험대로 보고 극복하는 것을 저는 탈북자 문제로 조금씩 풀어나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탈북자 문제는 국가적인 문제이자 사회적인 문제라고 생각해요. 이것들을 풀어나간다면 한국사회의 문제도, 탈북자의 문제도 해결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잘 해결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DIAFF: 쉽지는 않겠지만, 각 개인들의 노력들이 참 많이 필요한 부분 같아요. 끝으로 디아스포라영화제 관객분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씀 있으시면,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주승현: 음.. 사실은 많은 분들이 디아스포라가 낯선 개념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가만히 돌이켜 생각해보면 우리 역사에서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디아스포라가 존재해왔고, 익숙한 것이라고 볼 수 있어요. 고려인들도 있었고 지금의 탈북민들도 있고요. 디아스포라는 우리의 역사이자 현재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남의 일로 취급하는 것 자체가 반성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디아스포라영화제처럼 관심을 갖고, 생각을 나눌 수 있는 장이 있다는 것은 우리가 보다 다른 사람들을 이해하고, 함께 살아갈 공동체를 준비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안에 탈북자 문제들도 포함되어 있다고 생각하고요. 탈북자 문제들을 보면서 분단과 통일의 거창한 문제가 아니더라도 영화제를 통해서 힘겹지만 함께 살아가는 많은 탈북민들을 관객들이 알아가는 것만으로도 중요한 계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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