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아스포라 인 포커스

성소수자를 위한 나라는 없다 

이은용, 김기홍, 변희수. 세 명의 트랜스젠더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모든 죽음이 황망했다. 혐오와 차별로 인한 사회적 타살이었다. 그중 변희수 하사의 죽음은 명백한 국가 폭력이었다. 용감한 트랜스젠더 군인 변희수 하사는 강제 전역 당한 뒤 목숨을 끊었다. 정부는 개인의 존재가 다수 인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혐오와 차별로 점철된 답변을 내놓았다. 트랜스젠더를 위한 나라는 없었다. 성소수자를 위한 나라는 없었다. 지금 여기의 성소수자는 가상, 아니 실재의 난민이다.

그동안 정부는 끊임없이 성소수자를 향해 배제의 시그널을 보내왔다. “나중에”는 차별 문제에 대한 국가 정책의 기본 태도였다. 정치인들은 보수 기독교계의 성소수자를 향한 폭력적인 혐오 표출을 묵인하고, 이에 적극 장단을 맞췄다. 2030 (시스젠더 이성애자) 남성들은 ‘일등 시민’으로서 비호받았다. 엄중한 팬데믹 상황에서도 기독교의 예배와 이성애자 남성의 성욕은 존중되었다. 성소수자들은 도리어 타깃이 되어 몸을 사려야 했으며, 셧다운된 이태원은 공동화되었다. 교회와 단란주점을 향한 한국 사회의 뜨거운 사랑. 코로나19가 드러낸 한국의 실체다. 코로나 확산에 일조한 일련의 사건과 그 대응은 한국 사회가 생각하는 ‘정상성’의 기준을 보여준다. 어디 한국뿐일까. 성소수자를 향한 혐오와 차별이 전 지구를 엄습하는 중이다. 그 기록을 올해 디아스포라 인 포커스 섹션에 모아봤다.

평등하지 않은 재난의 공포는 가장 먼저 트랜스젠더를 향한다(〈언리버블〉). 그렇게 사라져 버린 트랜스젠더의 역사는 말소되거나 기록되지 못한다(〈가장 특별한 남자〉). 성소수자라는 사실이 발각되는 순간 살해된다(〈웰컴 투 체첸〉, 〈언세틀드〉, 〈침묵의 목소리〉). 살기 위해 자신의 준거 집단을 떠나야 한다(〈모나리자의 여정〉, 〈발렌티나〉). 가족 제도도 성소수자를 품지 못해 지워낸다(〈들랑날랑 혼삿길〉, 〈굿 마더〉). 공공의 시스템에서 ‘비정상적’ 정체성은 탈락의 대상이다(〈고마운 사람〉). 질병의 공포는 혐오가 되어 이태원의 드래그퀸을 지워버렸다(〈아네싸의 방〉, 〈For a Flash〉). 이 모든 혐오와 차별을 정당화하는 무기는 의학과 과학이다(〈큐어드: 질병에서 자긍심으로〉). 그리고 그 모든 걸 극복하고 살아남은 성소수자 생존자들이 있다(〈젠더레이션〉). 

올해 포커스 섹션 초청작은 혐오와 차별이 만든 전 지구적 참사의 기록들이다. 그러나 와중에, 이 영화들은 바람 속 촛불 같은 희망을 스크린 위에 새겨 넣는다. 망망대해의 거친 파도 속 사라졌다 떠오르는 부표처럼 명멸하는 성소수자들. 모든 살아남은 성소수자는 결국 생존자다. 나라가 있음에도, 여전히 난민이다. (이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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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특별한 남자 84'
애슐링 친이, 체이스 조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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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운 사람 37'
이경호, 허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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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 마더 24'
이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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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랑날랑 혼삿길 41'
홍민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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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나리자의 여정 89'
니콜 코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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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렌티나 96'
카시오 페레이라 도스 산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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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네싸의 방 15'
전나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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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리버블 20'
마테우스 파리아스, 에녹 카르바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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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세틀드 82'
톰 쉐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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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컴 투 체첸 107'
데이비드 프랑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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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더레이션 88'
모니카 트로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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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의 목소리 51'
레카 발레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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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어드: 질병에서 자긍심으로 81'
베넷 싱어, 패트릭 새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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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 a flash 25'
전나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