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램 노트

‘탈북민’ 또는 ‘북한 이탈 주민’ 청년 진아는 탈북민 대상 교육기관 하나원을 퇴소한 뒤 이제 막 한국 사회에 첫발을 내딛었다. 낯선 땅에서 혈혈단신 새로운 생활과 마주하며 식당 서빙, 체육관 청소 등 다수의 저임금 불안정 일자리들을 전전하던 그녀는 시간이 지날수록 복싱이라는 스포츠에 빠져들기 시작한다. 〈파이터〉를 이해하는 주요한 열쇳말 중 하나로 우리는 탈북 디아스포라의 조건에서 근본적으로 초래된 ‘가족 해체’를 꼽을 수 있다. 가장 먼저 북한을 탈출한 진아의 어머니는 한국에서 이미 새로운 가정을 꾸렸고, 아직 북한에 남아 있는 아버지의 탈북 및 남한 정착 여부는 불투명하기만 하다. 그런데 이와 더불어 기억해 두었으면 하는 유의미한 통계적 사실이 하나 있다. 탈북자들 중에는 진아의 경우처럼 한국을 향하는 이들도 있지만 중국에 정착하거나 다시 북한으로 돌아가려는 이들 또한 존재한다는 점, 그리고 그들의 수가 외려 한국행을 택하는 탈북민의 수를 능가한다는 점이 그것이다. 일견 낯설어 보이는 이 통계적 수치의 속살까지 한 번쯤 깊이 들여다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이종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