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램 노트

팬데믹 시기, 사람들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외부로의 통로가 폐쇄된 세상을 살게 되었다. 그런데 여기, 애초에 얼굴은 가리는 편이 좋고 이동의 물리적 조건은 개의치 않는 젊은이들이 있다. 한국에 살고 있는 키티와 토미, 일본에 살고 있는 미아와 엠마는 인터넷 영상통화와 채팅 앱의 자동번역기를 통해 친구가 되었다. 이들은 사회적 시선에 영향받는 얼굴 대신, 직접 선택한 아바타와 국적을 알 수 없는 닉네임으로 온라인 세계에 등장한다. 그리고 여성으로서 경험한 억압과 차별에 대해 이야기하며 두 동아시아 국가의 닮은 현실을 소환한다. 그들은 AR을 통해 현실을 함께 경험하면서 더욱 강한 연대감을 느낀다. 뉴미디어를 자유롭게 쓰면서 물리적 경계를 경쾌하게 뛰어넘는 새로운 세대의 영화 만들기를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강소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