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램 노트

2022년 2월 발발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현재까지도 계속되며 끝을 알 수 없는 소모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케임브리지대학에서 사회인류학 학위를 받은 리투아니아 출신의 감독은 카메라를 들고 핵심 요충지인 우크라이나 동남부 항구도시 마리우폴을 7년 만에 다시 찾는다. 그는 이미 지난 2015년 마리우폴을 방문했던 적이 있다. 당시는 마리우폴이 위치한 도네츠크주와 루한스크주에서 친러시아 분리 세력과 우크라이나 정부군 사이에 전쟁(돈바스 전쟁)이 벌어지고 있었다. 표면상 내전으로 비치지만 실질적으로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의 전쟁이었던 이 돈바스 전쟁은 이후 8년 동안 국지적 규모로 이어지다가 작년에 기어이 전면전으로 확대되고 말았다. 그것이 이번 2022년의 러-우 전쟁이다. 결코 짧지 않은 러닝타임 내내 화면 밖 프레임에서는 시종일관 포격 소리와 총소리가 강박적으로 이어진다. 전쟁의 한복판을 기록하던 감독은 2022년 3월 말, 러시아군에 붙잡혀 사망했다. (이종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