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세요Hello

전화를 걸 때 우리는 먼저 "여보세요?"라고 말한다. 수화기를 집어든 이가 누군지 묻기에 앞서, 존재 그 자체를 인지하는 과정이자 앞으로 전할 이야기의 운을 떼는 순간이다. <여보세요>에서 정은은 치매를 앓고 있는 어머니의 간병비를 마련하기 위해 하루하루 고된 노동을 이어간다. 그러던 중 우연히 자신의 아들을 찾아달라는 북한 여자의 전화를 받는다. 한편, 갈수록 증상이 심해지는 어머니는 한국전쟁 때 헤어진 여동생 영옥에게 전화를 걸라고 정은을 자꾸 보챈다. 정은은 영옥인 척 어머니와 통화하는 조건으로 북한 여자에게 아들을 찾아줄 것을 약속한다. <카트>를 연출한 부지영 감독의 최근작으로 분단이 낳은 파편과 함께 되감기고, 다시금 더욱 단단하게 재생될 언니들의 역사다. <기생충>으로 잘 알려진 배우 이정은의 뒷모습에 주목하는 시선이 인상적이다. (박치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