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

강연1 : 끝나지 않은 전쟁
일시 5.21.(일) 11:00
장소 한중문화관 4층 공연장 (Theater J)
강연자 서경식(도쿄경제대학 명예교수)

※ 이 강연은 〈해바라기〉 상영 이후 진행됩니다.

〈해바라기〉(1970)는 놓쳐서는 안 될 명작 〈자전거 도둑〉으로도 잘 알려진 이탈리아 네오리얼리즘의 거장 비토리오 데시카 감독의 후기 대표작이다. 전쟁으로 헤어진 젊은 부부의 비극적인 운명을 그렸는데, 화면 가득 펼쳐지는 해바라기 밭의 광경은 헨리 맨시니의 음악과 함께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세계적으로 대히트를 한 요인이 되었다. 소피아 로렌, 마르첼로 마스트로야니, 루드밀라 사벨리에바 등이 출연했다. 가벼운 플레이보이 역할에 어울리던 마스트로야니가 비극의 희생자가 되는 병사 역을, 영화 〈전쟁과 평화〉에서 관객을 사로잡은 소련을 대표하는 아름다운 배우 사벨리에바가 소박한 우크라이나 농촌 여인을 연기하여 한층 주목을 받았다. 이 영화가 기획, 제작된 1960년대 말은 아직 동서가 날카롭게 대립했던 시대라서 서방 측 촬영 팀이 소련에서 촬영과 제작을 하며 개봉하기까지 여러모로 어려움이 따랐다. 스토리는 전형적인 멜로드라마지만, 동서양 진영의 해빙과 세계 평화를 향한 절실한 바람을 담았다고 볼 수 있다. 이 영화는 제2차 세계대전 종전 후 70년 남짓 지나고, 공개 이후로도 거의 반세기가 흐른 오늘날,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다시금 주목을 받고 있다. 전쟁은 끝나지 않았고 비극은 진행 중이라는 현실을 우리에게 가르쳐주기 때문이다. 젊은 세대가 꼭 보았으면 하는 작품이다. 이 작품과 관련하여 같은 이탈리아 출신 프란체스코 로시 감독이 만든 〈휴전〉(일본 개봉 제목: 아득한 귀향〉(1996, 이탈리아, 독일, 프랑스, 스위스 합작)을 소개하고 싶다. 원작은 아우슈비츠의 생존 작가 프리모 레비(Primo Levi)의 『휴전』이다. 이탈리아 출신 유대인 레비는 아우슈비츠 수용소가 소련군에 의해 해방되자 벌거벗은 채 광야에 내던져지듯 해방을 맞았다. 그 후 그가 폴란드, 우크라이나, 벨라루스 등 러시아 서부 곳곳을 전전하다 8개월 만에 고향 이탈리아로 생환하기까지 고난의 여정을 그린 이 영화는 ‘20세기의 서사시’라고도 부를 법한 작품이다. 하지만 그저 고난에서 해방되고 생환한 환희를 노래하는 것은 아니다. 쓰라린 경고로 가득 찬, 인간 존재에 대한 깊은 통찰의 이야기다. 다시 말해 제2차 세계대전 중 ‘독소전’부터 현재까지 ‘한 줄기로 이어져 끝나지 않는 전쟁’ 서사시의 첫 장인 셈이다. 덧붙여 영화 속 묘사 중에는 원작과는 다른 부분이 있다는 문제점도 있지만, 이를 비판점으로 삼아 차분히 살펴봐야 할 가치가 있는 작품이다. (서경식)

서경식
서경식

1951년 일본 교토에서 태어난 재일 조선인 2세. 작가, 문필가. 작년 도쿄경제대학을 정년퇴직하고 현재 명예교수로 있다. 주요 저서로 『나의 서양미술 순례』, 『소년의 눈물』, 『시대의 증언자 쁘리모 레비를 찾아서』, 『디아스포라 기행』, 『경계에서 춤추다-서울-베를린, 언어의 집을 부수고 떠난 유랑자들』(다와다 요코 공저)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