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

강연 2 : 나무들은 이동한다
일시 5.20.(토) 16:30
장소 인천아트플랫폼 전시장 2 (E1)
강연자 윤경희(비교문학 연구자, 문학평론가)

식물에 대한 흔한 고정관념 중 하나는 동물과 달리 제자리에서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식물은 곤충과 새를 포함한 동물, 바람, 물 같은 주변 환경의 행위자들과 적극적으로 상호작용하면서, 그리고 인간의 산업 활동이 초래한 기후 위기에 대응하면서, 서식지를 넓히거나 바꾼다. 식물은 “과실, 종자, 포자 등과 같이 영양체에서부터 분리되어 다음 세대 식물의 기반이 되는 것들”을 가리키는 산포체(diaspore)를 통해 이동하는데, 바꾸어 말하면, 생존의 장소를 찾아 자발적으로 떠나는 디아스포라는 인간의 일만은 아닌 것이다. 또한 식물은 농경, 식민 지배, 전쟁처럼 문명과 폭력이 혼융한 인간의 역사에서 인간과 공생적 이주를 겪는다. 오비디우스의 『변신』에서 오르페우스의 노래를 들으며 상수리나무, 개암나무, 보리수, 회양목, 단풍나무, 느릅나무, 산딸기나무 등이 모여들어 그늘진 숲을 이루는 것은 식물의 역동적 디아스포라에 관한 시적 증언이다. 고대의 신화적 상상력에서 출발하여 영화, 미술, 문학의 관점에서 식물 디아스포라를 입증하고 재현하는 몇 가지 예를 살펴본다. (윤경희)

윤경희
윤경희

한국예술종합학교 강사. 비교문학 연구자. 문학평론가. 산문집 『분더카머』와 『그림자와 새벽』을 쓰고, 앤 카슨의 『녹스』 및 그림책과 그래픽 노블 여러 권을 번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