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FF MAGA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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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소개2021] DIALibrary-ON LINE : 1

관객 여러분이 영화뿐만 아니라 폭넓은 문화예술 장르 안에서

‘디아스포라’를 이해하실 수 있도록 '디아스포라' 관련 도서들을 소개해드리는 코너!

 

[2021 DIAlibrary-ON LINE]

 

올해도 '디아스포라'를 다방면으로 연구해오신 ​ 이종찬 독립연구기획자​가 필자로 함께합니다. 

 

어렵기도 하지만, 결코 우리와 멀리 있지 않은 ‘디아스포라’를

보다 쉽고 편안하게, 마치 가까운 지인에게 띄우는 짧은 편지글과 같은 느낌으로 소개해주신 

 

올해의 첫 번째 추천도서는

 

내게 가장 소중한 것은 나 자신이었다(김인선, 나무연필, 2021)

 

이종찬 연구원의 첫 번째 편지, 우리 함께 읽어볼까요?

 

 

부모님이 원치 않았건만 내가 태어나게 된 것을 나는 운명으로 받아들였다

이후 나는 낯선 독일에 와서 간호사로 일했고, 신학을 공부했고

독일로 이주해서 살아가다가 죽음을 앞둔 이들을 돌보는 호스피스 단체를 만들었다

또한 한 남자를 만나서 결혼했다가 이혼했고, 지금은 나를 사랑해주는 한 여성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

 

한국 전쟁이 발발한 1950년 경남 마산에서 태어나 1972년 이후부터 독일에 거주하고 있는 한 여성의 실제 삶입니다. 무심한 듯한 문체로 담담히 서술되어 있긴 하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어느 한 대목 허투루 넘어가기 힘든 생의 결정적 국면들이 지극히 압축적인 호흡으로 서술되어 있음을 눈치 챌 수가 있습니다. 이것은 내게 가장 소중한 것은 나 자신이었다의 저자 김인선 선생님의 생애사입니다.

 

이주, 퀴어, 노년’. ‘한 여자의 일생이라는 부제가 달린 이 책을 읽고 제가 노트에 적어둔 글귀입니다. 저자는 20대 초반이었던 1972, 독일 본에 위치한 성 요하네스 병원의 간호 학생으로 처음 독일 땅을 밟은 후 현재까지 독일에서 살고 있습니다(이주). 그곳에서 광부로 일하던 한국 남자를 만나 결혼했으나 이혼했고, 사랑하는 여자와 함께 살아가고 있습니다(퀴어). 그리고 2005, 저자는 파트너 및 뜻을 같이하는 동료들과 함께 독일에서 생을 마감하는 이주자들을 돌보는 사단법인 동행-이종문화 간의 호스피스단체를 설립했습니다. 최근에는 유방암과 자궁암 두 번의 암 투병을 이겨냈습니다(노년).

 

이종문화라는 단어가 눈에 띕니다. 우리에게는 아무래도 생소한 표현이기 때문입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건 그보다는 다문화겠지요. 그러나 저자는 여기서 두 표현을 변별적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에 따르면, “다양한 문화권에서 태어나고 자란 사람들의 혼재된 문화들을 통칭해 흔히들 다문화’(多文化)라고 하는데, 여기에서 더 나아가 서로 다른 사람들을 그 자체로 인정하면서 적극적으로 존중해 나가는 문화를 이종문화’(異種文化)라고 한다.” 이는 한국에서 다문화라는 말과 관련해서 비판적인 목소리들이 있었던 것을 우리에게 상기 시켜 줍니다. 그것이 실제 현실에서 차이와 다양성을 포용하는 것이 아니라 역으로 배제하고 탈락시키는 방식의 언어로 통용되고 있다는 문제의식 때문입니다. “걔 다문화야. 같이 놀지 마.” 제가 언젠가 10대 청소년으로부터 실제로 들었던 말입니다.

 

저자인 김인선 선생님은 이주-퀴어(성소수자)-노년이라는 삼중의 소수자 정체성을 동시에 지니고 있는 분이라 할 수 있습니다. 개인의 정체성은 고정된 하나가 아니라 맥락과 위치에 따라 여러 겹으로 다양하게 조건 지어질 수 있는 것임을 우리는 김인선 선생님을 통해 새삼 깨닫게 됩니다. 나아가 이를 통해 저는 단행본의 제목 내게 가장 소중한 것은 나 자신이었다는 말의 의미 또한 보다 깊게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그 문장의 속뜻은 아마 이런 것이 아니었을까 짐작해보게 됩니다.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그 자체로 소중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이주, 퀴어, 그리고 노년의 삶.

 

디아스포라영화제는 그동안 안과 밖, 다수자와 소수자 등의 경계를 원점에서 비판적으로 되묻는 시각의 영화들을 상영해왔습니다. 2021년 올해 아홉 번째 영화제의 첫 연계도서로 내게 가장 소중한 것은 나 자신이었다를 소개 드리고 싶었던 이유가 있습니다. 다수자와 소수자를 가르는 경계선들은 하나가 아니라 여럿일 수 있다는 것, 따라서 우리는 개인의 정체성을 이야기할 때 일차 방정식이 아니라 고차 방정식을 대하는 태도로 섬세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것. 이주-퀴어-노년.

 

한편 책에는 얼마 전 안타깝게 유명을 달리한 한국의 첫 트랜스젠더 군인 변희수 씨의 이름을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 있습니다.

 

현재 독일에서는 동성 커플을 법적으로 인정해준다. 2001년부터 시행된 시민결합 제도를 통해 동성 커플은 상속, 이혼 수당, 건강보험, 이민, 병원 및 교도소 방문 등에 있어서 이성 커플과 동일한 권리와 의무를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이후 트랜스젠더의 성별 전환도 합법화되었으며, 성소수자의 군복무도 허용되었고, 성적 지향 및 성별 정체성에 따른 차별금지법도 통과되었다. 시민결합 제도가 가족 구성원으로서 동성 동반자의 법적 지위를 인정하는 것이었다면, 2017년에 이르러서는 한발 더 나아가 동성결혼까지 제도로 안착되었다. 이처럼 독일 사회는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성소수자의 권리를 폭넓게 인정하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생전에 변희수 씨는 우리에게 다음과 같이 간곡하게 요청한 바 있습니다.

 

저의 성별 정체성을 떠나 제가 이 나라를 지키는 훌륭한 군인 중 하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모두에게 보여주고 싶습니다. 저에게 그 기회를 주십시오.”

 

변희수 씨는 그 기회를 얻지 못했습니다. 김인선 선생님의 저 구절에 자꾸만 눈이 가는 이유입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이종찬

독립연구기획자. 대학(원) 영문과에서 문예비평 및 문화이론을 공부하고, 비판적 문화연구 집단 ‘문화사회연구소’에서 활동했다. 디아스포라 문학과 예술의 사회적 존재론에 관심이 많다. 서울시 자치구 중 하나인 성북에 거주하며 그곳의 예술인들과 함께 활동하고 있다. 아카데미즘적 글쓰기와 신변잡기식 수필, 그 중간 정도의 글쓰기 양식이라 할 ‘비평적 에세이’의 문체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온라인을 통해 소개된 책들은 영화제 기간내 운영될 오프라인 DIAlibrary를 통해서도 직접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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