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FF MAGA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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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라이브러리] 정체성과 국경을 넘어 친구가 된다는 것의 의미

무비라이브러리

Movie Library

 

자칫 어려워 보일 수 있는 디아스포라 영화를 친근하고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무비라이브러리가 도와드립니다.


 이번 무비라이브러리에서 선정한 작품은 바로

영화 <퀴어 마이 프렌즈(Queer My Friends)>, (2023)입니다.​


삶의 배경도 성 정체성도 모두 다른 두 친구가 서로를 만나
각자의 세상을 넓혀가는 이야기 <퀴어 마이 프렌즈>,

무비 라이브러리를 통해 함께 보시죠!  

 

 

<퀴어 마이 프렌즈> - 정체성과 국경을 넘어 친구가 된다는 것의 의미

동시대 한국의 퀴어 다큐멘터리는 퀴어 개인이나 공동체의 커밍아웃과 정체성의 모색을 넘어 성소수자와 비성소수자가 함께 살아가는 의미에 대한 성찰로 나아간다. 앞서 변규리 감독의 <너에게 가는 길>(2021)이 부모와 퀴어 자식 간의 관계에 대해서 이야기했다면, 서아현 감독의 <퀴어 마이 프렌즈>(2022)는 이성애자 여성과 동성애자 남성의 우정을 다룬다. 아울러 두 영화에는 성소수자 억압적인 한국을 떠나 퀴어 친화적인 서구로 떠나고자 하는 욕망을 드러내고 실천하는 인물들이 공통으로 등장한다. 그럼에도 그들을 지지하는 가족과 친구가 살고 있는 한국은 그들에게 여전한 안식처가 되어준다.  

<퀴어 마이 프렌즈>의 ‘강원’과 ‘아현’은 기독교 대학에서 연극 동아리 활동을 하며 절친한 사이가 됐다. 그런데 강원이 동성애자로 커밍아웃하면서 아현은 우정과 종교적 신념 사이에서 혼란스러워한다. 아현은 강원을 이해하기 위해 카메라를 들고서 그의 삶 속으로 들어간다. 그저 강원의 일상을 묵묵히 관찰하는 데 그치지 않고, 때로는 감독으로, 때로는 친구로서 내밀하게 소통했던 7년간의 세월이 꼼꼼히 기록되어 있다.

강원은 대학졸업 후 뮤지컬 연기를 배우기 위해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그곳에서 돌연 미국 시민권을 획득하고는 미군에 입대를 한다. 성소수자 억압적인 한국을 떠나 보다 자유롭게 살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음을 아현도 이해한다. 한편, 아현은 학자금 대출 상환과 취직을 하라는 부모의 잔소리에 시달리면서 다큐멘터리 작업에 매달리고 있다. 내 몸 하나 건사하기 힘든 상황에서 꿈을 쫓기란 요원해 보인다. 한국에 파병 온 강원은 마침내 아현과 재회하지만, 이내 독일로 복무지를 옮기면서 다시 헤어진다. 그는 군인으로서의 능력을 인정받아 소수에게만 허락된 진급을 하지만 우울증 증상으로 인해 강제 전역을 한다. 아현의 도움을 받으며 한국에 정착하고자 하지만, 한국 국적 없이 한국에서 살기란 녹록지 않다. 이미 성소수자로서 암묵적인 차별에 내몰렸던 강원은 한국 국적이라는 최후의 보호막마저 사라지면서 완전한 이방인이 되어버렸다. 디아스포라로서의 삶을 살기로 한 결정을 되돌릴 수는 없다. 동성애자이자 디아스포라라는 이중의 소수자성을 받아들이기에 한국은 너무 보수적이다. 한국에 정착하고자 하는 강원의 마음은 자꾸 약해지고, 결국 그는 다시 미국으로 떠난다. 

그래도 아현은 강원이 한국에 재차 방문해야만 할 주요한 이유가 된다. 그들은 만남과 이별을 거듭해 가며, 때로는 가까이에서, 때로는 멀리에서 서로의 삶을 응원해 준다. 아현이 강원을 이해하기 위해 공들인 시간은 고스란히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과 겹친다. 시간이 흐르면서 이성애자 여성인 아현과 동성애자 남성인 강원은 불안정한 청춘의 한 단락을 버티고 있다는 공통점으로 서로 닮아간다. 성소수자와 비성소수자는 불투명한 미래 앞에서 세상으로부터 소외되어 있다는 감각으로 동질감을 획득한다. 존재론적 고독 앞에서 성별과 성정체성은 그저 표면적 차이로 희미해지고 그들은 한층 더 친밀해진다. 

강원은 독일에서 복무하던 때에 성소수자 친화적인 교회보다는 일반 교회를 다니고 싶다고 말한다. 강원에게는 성 정체성에 기반한 동질성으로 묶인 공동체에서 환영받기보다는 다양한 사람들이 공존하는 공동체에서 개별적 존재로서의 차이를 마주하고 싶어 한다. 같은 성별과 성정체성을 지녔다고 해서 서로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강원은 게이 공동체에서 게이 친구들과 어울리기보다는 이성애자 여성인 아현과 깊은 우애를 나눈다. 다시 말해, 나의 정체성이 내가 속할 공동체를 규정할 수 없다. 공동체의 동력은 정체성이 아니라 삶에 대한 동일한 방향성이다. 성소수자 공동체는 사회적 약자로서 서로 가까이에서 의지하며 힘과 용기를 불어넣는다는 측면에서 분명히 유의미하지만, 그 외적 조건이 관계의 결속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아현과 강원은 여성과 남성, 그리고 이성애자와 동성애자라는 정체성의 차이뿐만 아니라 한국과 미국이라는 물리적 거리에도 불구하고 끈끈한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퀴어 마이 프렌즈>라는 제목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영화는 퀴어를 단수인 ‘친구’가 아니라 복수인 ‘친구들’로 호명하고 있다. 이는 영화의 지향점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강원이라는 게이 친구에 대한 이야기에서 출발해서 퀴어 일반을 자신의 친구로 부르면서 응원의 메시지를 보낸다. 단순히 지지를 표명하는 것과 친구로 받아들이는 것은 분명히 결이 다르다. 친구로 삼겠다는 다짐은 그들의 삶에 깊이 개입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아울러, 앞서 강원과 아현의 관계에서 목격한 것처럼 우리는 그런 친구를 통해 자신의 세계를 조금씩 넓혀갈 수 있다. 

 

김경태
연세대학교 강사. 중앙대학교 영상예술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박사논문으로 『친밀한 유토피아: 한국 남성 동성애 영화가 욕망하는 관계성』을 썼다. 영화진흥위원회에서 객원연구원, 부산국제영화제 지석영화연구소에서 전임연구원으로 근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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